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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바둑의 역사 1 ( who, wh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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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바둑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그 어떤 누구도 정확하게는 모른다.

하지만 전세계에 수많은 불가사의한 유적들이 있는 것처럼 바둑의 역사 또한 불가사의한 부분이 존재한다. 모두 추측일뿐이지만 현재까지 제기된 주장들에 대해 파헤쳐 보도록 하자.

 

. 바둑의 역사

1. 바둑은 누가 만들었을까?

바둑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인물은 중국 성왕 요()임금이다. 중국의 박물지(博物志)에 나온다는 요조위기 단주선지(堯造圍棋 丹朱善之, 요임금이 바둑을 만들었고, 단주가 그것을 잘했다)”가 요임금 창제설의 근거이다.

그러나 박물지는 일종의 지괴소설(志怪小說, 괴상하고 특이한 것을 기록한다는 의미로, 초자연적이고 불가사의한 미스테리를 다룬 글)’로서 그 내용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3세기에 저술된 박물지가 모두 망실된 상황에서 현존하는 박물지의 판본 중 바둑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는 것은 모두 청나라 말기나 중화민국 초기에 수집되고 출판된 것들이어서 문헌 자체의 신빙성도 매우 떨어진다.

특히 요임금은 논어의 마지막 장인 요왈편(堯曰篇)의 주인공일 만큼 중국인들에게는 각종 제도와 역법을 제정하여 백성을 행복하게 한 임금으로 인식되고 있어 그가 바둑을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기보다는 바둑이 그러한 성군(聖君)에 의해 만들어졌다고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좋은 것으로 여겨졌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임금 실제 모습

 

2. 바둑은 언제부터 두기 시작했을까?

바둑은 약 5000년의 역사를 가졌다고 전해져 내려온다. 하지만 이는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요임금이 바둑을 만들었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이며, 요임금의 재위가 기원전 24세기라고 하니 정확히 말하면 약 4500년 정도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바둑과 같은 보드게임을 통칭하는 중국어는 ()’인데 이 글자가 쓰인 가장 오래된 증거는 중국 은대(殷代, BC 16-11세기)시대의 갑골문이다. 만일 이 갑골문의 기()자가 의미하는 것이 바둑이라면 바둑이 두어진 연대는 지금으로부터 3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라는 글자는 바둑 이외의 다른 유사한 게임을 지칭할 수도 있고 이름이나 지명(地名)과 같이 바둑과 전혀 관계없는 의미로 쓰였을 수도 있어 이것만으로 바둑이 당시에 두어졌을 것이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중국의 유명한 고전인 논어맹자에도 바둑에 관한 언급이 있다. “논어<양화(陽貨)>편에는 飽食終日 無所用心 難矣哉 不有博弈者乎 爲之猶賢乎已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풀이하자면 하루 종일 배불리 먹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바둑이나 장기 같은 놀이가 있지 않은가. 그거라도 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의미다.

 

구절 중 박혁(博弈)’이라는 단어가 바둑을 뜻한다는 것인데,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이라는 글자는 후대에도 계속 바둑을 의미하는 글자로 쓰이므로 박혁이라고 하는 것은 바둑을 포함한 보드게임을 통칭하는 단어였을 가능성이 높다.

 

맹자에는 바둑이 두 번 언급되어 있다. “今夫弈之爲數小數也 不專心志則不得也 弈秋通國之善弈者也지금 바둑을 두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따라서 바둑이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전심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잘하기 어렵다. 혁추는 나라에서 바둑을 가장 잘 두는 사람이다라는 뜻으로, 여기서의 ()’자는 확실히 바둑을 지칭한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으로 보여진다.

 

다른 하나는 술 마시며 박혁(博弈)’을 하면서 부모의 봉양을 소홀히 하는 사람에 대한 것인데, “논어의 예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는 바둑을 지칭했다기보다 여러 보드게임을 한데 묶어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논어맹자에서 언급된 것이 바둑이 맞다면 바둑이 두어진 시대는 최소한 공자가 살았던 BC 551~479년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다. 맹자(BC 372~289)나라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고, 바둑 때문에 부모 봉양을 소홀히 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바둑이 보급되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바둑이 처음 두어지기 시작한 시기는 지금으로부터 최소한 2500년 이상 전이라고 할 수 있다.

 

바둑판으로도 바둑의 역사가 오래 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1952년 중국 하북(河北)성 망도(望都)현의 후한(後漢)시대 장군의 묘에서 석제 바둑판이 출토되었다. 이 바둑판은 당시로서는 가장 오래된 바둑판이었을 뿐만아니라 판 위의 줄의 수가 현재와 같은 19줄이 아니라 17줄인 점, 화점의 개수 역시 9개가 아니라 5개인 점 등으로도 화제를 모았다.

망도현에서 출토된 후한(後漢)시대 석제 바둑판 모습

이후 중국 전한(前漢)시대의 도자기제 바둑판이 출토되었다. 한나라 경제(景帝, 재위 BC 157~141)의 양릉 유적에서 출토된 이 바둑판은 망도현의 바둑판과는 달리 깨어진 파편이었고 판 위의 줄도 고르지 않아 매장(埋葬)품이 아니라 능을 지키던 사람들이 사용했던 물건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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